커피의 향을 좋아한다.
사실 무슨 맛인 줄은 잘 모른다.
로스팅이니 산미니 이런 건 하나도 모른다.
일단 쓰거나 신 커피는 선호하지 않는다.
커피는 무조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야 한다.
그래서 라떼를 가장 선호한다.
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어른들이 마시는 음료라고만 생각했다.
애연가였던 아버지는 담배에 커피를 곁들이는 걸 좋아하셨다.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참 좋아하셨다.
율무차나 코코아가 먹고 싶어서 아버지가 담배 피우러 가시면 쫓아다니던 기억이 있다.
쿰쿰한 담배 냄새와 커피 향을 내뿜던 아버지가 좋았다.
어른 같고 멋졌다.
담배를 배웠다.
담배는 떫고 썼다.
내 한쪽 손엔 언젠가부터 달달한 캔커피가 들려 있었다.
멋쟁이가 되고 싶었다.
달달한 캔커피 대신에 비싼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다.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멋쟁이는 현실을 알았고 가난했다.
아메리카노 대신 캔커피를 들었다.
다시 캔커피를 들었을 땐 나이가 들었다.
단건 싫었고 돈은 소중했다.
그때부터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시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커피를 좋아해 더치커피를 즐긴다.
더치 커피를 내리는 도구는 비쌌다.
더치커피와 콜드 브루의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콜드 브루 커피를 만든다.
큰 통에 커피 가루를 넣고 우려내기만 하면 끝이다.
연초를 끊은 지금은 맥주 안주로 커피를 마신다.
미래에 내 아들에게 보여줄 어른의 모습은 붉은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아버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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