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신발 그리고 아버지 feat. 나이키 & 아디다스

독거총각 2019. 11. 26. 08:32

블랙프라이데이라서 30$ 주고 인터넷에서 신발을 새로 샀다.

신발을 좋아하지만 신발이 엄청 많은 편도 비싼 신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운동화 두 개 단화 세 개 워커 한 개 이렇게 있다.

현재 미국에 가지고 있는 신발만 이만큼이다.

출근할 때는 구두도 신고했지만 학생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 구두가 필요 할리가 없다.

내 신발장에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난 그 흔한 나이키 아디다스 신발이 한 개도 없다.

물론 짠돌이인 나에게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비싸다.

그렇다고 내 신발들이 시장 가서 사는 브랜드 제품이 아닌 것도 아니다.

누구나 이름 들으면 다 아는 그런 브랜드들이다.

내 신발장에 나이키나 아디다스 신발만 없는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신발 욕심이 많으시다.

60이 다 돼가는 아버지는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신다.

편한 운동화 또는 예쁜 운동화를 구두보다 더 선호하신다.

그리고 가장 선호하시는 신발은 나이키 또는 아디다스 로고가 붙은 아들 신발이다.

 

앞에서 말했듯 난 짠돌이이고 물건을 엄청 아낀다.

운동화를 한 개 사면 최소 3년 이상 신는다.

더럽고 꾸질 꾸질 하게 신는 게 아니라 정말 깨끗하게 아껴신는다.

그래서 한번 신발을 사면 정말 큰 맘먹고 산다.

그 큰 마음먹고 산 새신에 나이키 또는 아디다스의 로고가 붙어있다면 아버지 신발이 된다.

처음엔 아들 신발이면 다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운동화만 좋아하신다.

아버지 시대의 최고의 명품 신발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 못 신어 본 게 한이 돼서 지금도 그렇게 나이키와 아디다스만 찾으시는 것 같기도 하다.

 

늙은 아들은 불효자다.

운동화를 살 때면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거른다.

아버지에게 신발을 뺏기기 싫어서 그렇다.

예쁜 신발을 봐도 나이키나 아디다스 로고가 붙어 있으면 다른 신발을 고른다.

새 신발을 뺏기기 싫어서 찾은 내 방법이다.

그렇다고 내가 신발을 안 사드리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신발을 사드려도 아들이 산 나이키 아디다스 신발을 아버지는 더 좋아한다.

아들 물건이 뭐든 더 좋아 보이나 보다.

아버지 사드린 건 세일 없는 신상품이어도 아들의 이월 상품을 더 좋아한다.

뉴발란스 신발을 산 불효자 아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신발을 사서 집에 가야겠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