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냉동 피자 / Digiorno peperoni pizza
우리 집은 어렸을 적 썩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까지도 학생이었고 어머니는 주부였다.
7살 정도 까지 피자라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먹어 본 피자는 피자빵이었다.
아직도 피자빵을 먹던 첫 순간을 잊지 못한다.
먹고 다 토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먹어본 이상스러운 맛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적응의 동물, 인간답게 지금은 피자가 최애 음식 중 하나이다.
중, 고등학교 땐 59쌀피자 한판에 친구들과 행복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태원의 유명하다는 피자집은 다 가본 것 같다.
미국에 온 이후 가난한 대식가는 냉동 피자를 즐겨 먹는다.
살찌기 때문에 자주 먹지는 못하고 지금은 약간 나를 위한 선물로 금요일이나 주말에 한판씩 먹곤 한다.
오늘은 Digiorno peperoni pizza를 사 왔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집 앞 CVS에서 2개에 11$로 세일 중이라서 집어 왔다.
Rising Crust라고 하는 걸 보니 많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박스를 뜯으면 비닐에 쌓인 냉동피자가 보인다.
한국 피자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미국 피자들은 짜다.
그리고 토핑이 단출하다.
물론 페페로니 피자를 사 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3개 이상의 토핑이 넘는 피자는 잘 없다.
그래도 피자는 항상 맛있다.
설명서에 어떻게 만들라고 자세하게 적혀있다.
난 설명서를 잘 따르는 편은 아니다.
어머니 말도 잘 안 따르는데 설명서라고 잘 따를 리가 없다.
일단 오븐 예열부터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다.
무심하게 피자를 오븐에 그냥 던져 놓는다.
처음에 냉동 피자를 살 땐 피자 팬을 구매해야 하는 줄 알고 고민을 많이 했다.
피자 팬 같은 건 전혀 필요 없다.
그냥 놔도 안 떨어지고 잘 구워진다.
400도에 온도를 맞춘다.
설명서에서는 18~21분간 구우라고 했지만
예열을 하지 않았으니까 25분 타이머 설정을 해놓았다.
어릴 적 누구나 전자레인지 돌리면 전자렌지 쳐다본 기억이 있지 않는가?
전자파 나온다고 보지 말라며 많이 혼났고 결국 전자레인지는 집에서 없어졌다.
지금은 혼자 사니까 보고 싶은 만큼 많이 봐준다.
눈이 따듯해지는 느낌이다.
25분이 지난 후 피자의 모습이다.
혼자 사는 자취생인 만큼 오븐장갑이 있을 리가 없다.
적당히 옷으로 손을 감고 뺐다.
냉동피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퀄리티를 가졌고 적당히 잘 구워졌다.
피자를 접시에 옮길 때 그냥 빼면 많이 뜨겁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은 피자 박스를 이용해 빼주도록 하자.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
오븐 장갑도 없는 인간이 피자 커터가 있을 리가 없다.
적당히 가위로 잘라주도록 한다.
칼도 사용해봤지만 가위처럼 편한 게 없다.
우리 한국인은 고기도 가위로 잘라먹는 가위의 민족 아니겠는가.
Digiorno peperoni pizza는 처음 먹어 봤다.
가격은 저렴해서 좋았지만 많이 두껍다.
사진에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피자가 정말 두껍다.
얇고 바삭한 피자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한 끼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