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는 중국여자를 만난다.

독거총각 2020. 6. 28. 14:57

블로그를 시작해야지 다짐 한 뒤 오래 쉬었다. 
여러 가지 상황도 있었지만 사실 그냥 게을렀다. 
블로그를 안 하던 약 6개월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한다면 코로나의 발병이다.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외출하지 않는다. 
전 세계 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하게 되었고 그중 미국의 코로나 확산 속도는 걷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난 미국에서 한 달 반 가까이 히키코모리처럼 집 안에 갇혀 있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했다. 

중국 속담 중에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죽은 고양이가 나다. 


날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사는 한국 남자를 좋아하는 한국에 사는 중국 여자였다. 
사실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다. 
나이도 있고 결혼도 생각하다 보니 외국인을 만난다는 게 거부감부터 들었다. 
흥미롭게도 그 여자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자신이 날 좋아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 보는 패턴에 호기심이 생겼다. 
호기심 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마지막에 항상 '호기심 해결!'이라고 외치며 마무리가 된다.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었고 해결했다. 

내 여자 친구는 중국 사람이다. 
처음 만난 중국 여자는 아니다. 
어릴 때 미국에 살면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연애도 했다. 
물론 그중에 중국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중국 여자를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 했다. 
아무래도 '세다'라는 이미지가 강한 중국 여자는 사실 나랑 잘 맞지 않는다. 
난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한국 남자의 모든 클리셰를 다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내가 자기주장 강하고 남녀평등을 외치는 공산주의의 딸을 만나고 있다. 
사실 공산주의의 딸은 오랜 기간 자본주의의 맛을 보고 살짝 타락하긴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나는 항상 '자본주의의 맛이 어때?'라며 묻는다. 
'맛은 공산주의보다 자본주의가 뛰어난 것 같다'라고 대답한다. 
재밌는 사람이고 편한 사람이다. 
그리고 내 여자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