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필승! 김하사님!

독거총각 2019. 11. 30. 11:03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도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려서 실눈을 뜨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깜짝 놀라서 바로 전화를 들었지만 끊겼고 다시 전화를 했다.

참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얼마 전에 보고 싶어서 술 마시고 전화를 했었다.

받지 않을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보고 싶어서 걸었다.

 

내 친구는 군인이다.

예비군도 다 끝나가고 민방위가 갈 나이에 내 친구는 군대를 또 갔다.

이제 가서 뭐 할 거냐며 주변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 그런 내 친구를 응원했다.

내 친구는 참 열정적이고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러나 오래 하지도 잘하지도 못한다.

그런 내 친구가 난 참 부럽다.

 

중학교때 만난 내 친구는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좋아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난 그의 첫 번째 팬이 되어 주겠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간 내 친구는 드럼이 치고 싶다고 했다.

집이 가난했던 내 친구는 레슨비도 겨우 내면서 학원을 다녔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쥐뿔도 없던 나 였지만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밥을 참 많이 사줬다.

군대를 전역한 친구는 복학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친구의 전공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나는 대학교를 자퇴했었고 휴학 중이던 다른 친구와 셋이 방황했다.

매일 술에 빠져 살았고 우린 참 많은 걸 공유했다.

어느 날 친구가 자기는 주짓수라는 운동이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못나 보였다.

지금이라도 취직을 하든 공부를 해서 대학교라도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밥 값 낼 때 우물쭈물하던 친구를 보며 참 많이 속상했다.

주짓수를 그만둔 친구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유도 묻지 않고 응원했다.

친구가 새로운 꿈을 찾은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찾았다는 생각에 응원했다.

 

친구는 올해 6월 UDT에 입대했고 아직 훈련을 받고 있다.

UDT 특성상 연락을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보고 싶을 때면 그냥 문자를 보냈다.

6개월 만에 연락 온 친구의 목소리는 밝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열정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

미련하다고 생각했던 내 친구는 못하는 게 없다.

김하사님이랑 정자에 앉아서 초코우유 마시고 싶다.